노벨문학상 수상에 빛나는 [한강] 작가님의 '흰'을 읽고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의
예전에 읽었던 책이
한강 작가님의 '흰'이었다.
노벨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님이
반가웠던 이유는 이 책에 있었나보다.
기억 한편 아스라이 사라진
책의 기억을 더듬어 보고자
다시 책을 꺼내 보았다.
조금은 더 나이가 들어서일까?
그 때 느껴지지 않던,
글자 사이사이 묵직함이
새롭게 느껴진 건.
[출처-Yes24]
움직이는 단단한 섬처럼
행인들 사이를 통과해 나아갈 떄,
때로 나의 육체가 어떤 감옥처럼 느껴진다.
한강- 흰 中
▣ 유연한 새벽안개
최근 가장 핫하다는 [흑백요리사]를 보면 심신이 지칠대로 지친 상황에서, 그저 몸과 손이 과거의 시간에 기대어 요리를 한다. 정신과 사고가 뚜렷하기 힘든 상황에서 때론 이처럼 몸이 먼저 반응하곤 한다. 꾸준하게 반복하여 녹여낸 시간들은 '타고난 본성'처럼 본능적으로 튀어나와 반응하는 것이다.
이러한 숱한 지나온 시간들은 본능처럼 나를 보호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나를 가두기도 한다. 특히, 신체적인 능력이 아닌 사고의 영역에 시간을 많이 들였을 경우, 사고의 확장은 어려워 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시, 이는 자칫하면 편협한 시각과 가치관을 가지게 할 수 있으니 경계해야할 필요가 있다.
항상 타인에게 관대하게 귀를 열어야 하는 이유이다. 너른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더 무궁무진하고 다양할 수 있으니.
[출처-Unsplash]
어렴풋한 빛이 어둠 속으로 새어들어올 때,
그리 희지 않던 것들까지도 창백하게 빛을 발한다.
한강- 흰 中
▣ 선명한 어둠
12시에서 2시. 자정을 넘어 적막과 고요가 감싸는 시간. 고등학교 때 잠들기 전 가장 좋아했던 시간이다. 정지영의 스위트뮤직박스 Ending Song - 'S.E.N.S'의 [Like Wind]를 들으며 스르륵 잠들 때, 마음 한켠이 따뜻했다. 어렸을 때부터 새벽을 꽤나 좋아했었나.
회사를 다니며, 무엇보다 지각이 싫어 조금은 다른 새벽에 일어나는 것으로 180도 바뀐채 지금은 전혀 다른 새벽을 맞이 하고 있다. 대부분이 잠들어 있는 5시에서 5시반. 첫차를 타는 사람들에게서 다양한 삶의 내음을 맡을 수 있다. (때로는 조금 맡기 힘든 향도 있지만) 또, 지난 밤, 바로 얼마전까지 시끌벅적했으리라 상상이 가능한 잔해와 함께 굳게 닫혀있는 상점들을 지나는 길은, 또 다른 하루를 준비하는 사람들로 채워진다.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적막한 시간. 때로는 눈을 감으면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것들이 있듯이, 고요가 감싸는 어둠이 짙은 새벽은 오히려 더 선명하게 무언가가 보일 수가 있다. 힘겹게 하루를 시작하는 누군가의 땀내음이 생각만큼 나쁘게 느껴지지 않는 건, 경험해봐야만 느낄 수 있다. 어렸을 때와 전혀 다른 새벽을 좋아하게 된 이유이다.
[출처-Unsplash]
외투를 꺼내입은
남자들과 여자들의 뒷모습에,
무엇인가 견디기 시작한 사람들의
묵묵한 예감이 배어있다.
한강- 흰 中
▣ 서리가 내리기 시작할 무렵
겨울의 차가움이 더욱 무겁게 느껴지는 이유는 침묵에 있다. 여유롭게 바람을 느끼며 천천히 발 맞추어 걷던 '서울숲'길은 빠르게 목적지만을 향해 잰걸음으로 지나치는 사람들로만 채워진다. 귓가를 꽉꽉 채우는 테라스석에서의 재잘거리던 소리들도, 따뜻하고 안전한 곳을 향해 떠난 사람들이 남긴 휑함만이 채운다.
잔뜩 겨울처럼 웅크린 마음은 이처럼 여유가 없다. 빠르게 잰걸음으로 지나치는 오늘 하루 속에, 마음의 여유가 있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정말 소중한 것을, 소중한 사람을, 소중한 마음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출처-Unsplash]
부서지는 순간마다 파도는 눈부시게 희다.
먼 바다의 잔잔한 물살은 무수한 물고기의 비늘 같다.
수천수만의 반짝임이 거기 있다.
수천수만의 뒤척임이 있다.
한강- 흰 中
▣ 하얗게 빛나는 순간
한 때는 영원할 것 처럼 생각한 것들이 많다. 넘어지고 까져도, 약도 바르지 않고 하루 이틀 지나면 새살이 돋아나 아무렇지 않게 아무는 것처럼 건강은 언제나 자만의 대상이었고, 어떤 순간에도 웃으면서 장난스럽게 넘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또 무엇보다 나만큼은 평범하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아닌 나만의 빛나는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꿈과 열정이 항상 함께 할 것이라 생각했었다.
이러한 오만을 비웃기라도 하듯, 직장 생활을 몇 해 지나지도 않고 직장인 모두가 반려동물 처럼 함께 한다는 '디스크'와 '역류성 식도염'은 아무렇지 않게 나의 일상으로 비집고 들어왔다. 또, '착하면 당한다'는 생각의 자기 방어기제로 상대방의 말과 표정에 예민하게 날이 서게 되었고, 여느 직장인과 마찬가지로 내일의 꿈은 잠시 밀쳐두고 하루를 쳐내는 일상이 아쉽지 않을 정도로 익숙하게 되었다.
역시나, 항상 '나만은 다를 것'이라 생각했던 오만에 가까운 자만과, '영원히 늙지 않을 것' 같던 젊을 때의 패기는 그저 인생에서 빛나는 찰나의 순간에 불과했다.
조금은 나이가 들은 지금, 과거의 빛나던 청춘이 그립지 않다면 거짓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더 사랑할 수 있게 되었고, 삶을 조금은 더 겸허히 받아 들일 수 있게 된 것 같다. 언제고 맞닥뜨려야 하는 죽음에 대해서도 조금은 생각할 수 있는 사고를 하게 되었으니. 영원할 것 같던 높은 파고의 순간도 한순간의 반짝임으로 부서지듯, 영원할 것 같던 청춘의 순간과 일생이란 삶의 시간도 어쩌면 '한 순간의 빛나는 반짝임'에 불과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순간의 반짝임에도 각자가 녹여내온 시간이 응축된 것들이니,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 않을까? 오늘의 뒤척임은 그것으로 충분하다. 생각보다 위대하고.
[출처-Unsplash]
마지막 인용한 문구가
개인적으로 '흰' 소설 중에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다.
흰,
소설은 작가가 생각하는
하얀색에 가까운 단어들을 통해
삶과 죽음, 도시와 소멸, 기억과 관계 등으로
끊어진 짧은 에세이 형식으로
엮은 소설이다.
물론, 작가님이
표현하고자 했던 것들과
의도는 사실 정확하게
이해가 되진 않지만,
그건 또 읽는 독자 스스로
의미를 찾아가면 되지 않을까?
[출처-Getty Images]
개인적으로 운동화는 주로
하얀 색을 신는 것을 좋아한다.
신발장을 보면 대부분이 하얀색인 것을 보면
정신병자 같기도 한데.
청바지에도,
검정색 / 네이비 슬랙스에도
때론 과감한 패턴
혹은 컬러의 팬츠에도
화이트 컬러의 스니커즈는
모두를 포용할 수 있기에,
자꾸 화이트로만 손이 가는가 보다.
[출처-Getty Images]
어쩌면 사람을 만날 때도
하얀 스니커즈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어떤 누구와도
쉬이 어울릴 수 있으며,
너그러이 포용할 수 있는
그런 스니커즈 같은 사람이 되어야 겠다.
오늘도 하얀 스니커즈 신어야지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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